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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심 공약의 악폐만 남기고 끝난 ‘영남권 신공항’

등록 2016-06-21 17:35수정 2016-06-22 10:48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5년 전 국토교통부의 평가에서 밀양과 가덕도는 신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이미 결론 난 곳이다. 이를 뒤집지 않고 수긍할 만한 결과를 냈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그동안 신공항 입지를 놓고 지역간 갈등이 극심해져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천문학적 규모의 나랏돈이 드는 사업을 두고 타당성을 먼저 면밀히 따지기보다는, 표를 얻기 위해 말부터 앞세우고, 지역 이권 다툼으로 이끌어간 정치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2011년 3월 국토교통부 입지평가위원회는 밀양이나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다면 실제 사업비가 13조~1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2단계 공사까지 8조6천억원이 들어간 인천공항의 거의 갑절이란 얘기였다. 밀양의 경우 27개 산봉우리에서 24톤 트럭으로 1240만대분의 흙을 깎아내야 하고, 가덕도는 해저 모래를 준설해 트럭 870만대 분량의 흙으로 바다를 매립해야 할 만큼 환경파괴도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종합할 때 밀양은 100점 만점에 39.9점, 가덕도는 38.8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와 이명박 정부가 신공항을 백지화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과 1년여 뒤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는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8월 항공수요를 새로 분석해 “수요가 충분하다”며 공식적으로 재추진에 나섰다. 해당 지역 정치인들은 나랏돈이 어찌 쓰이든 신공항은 무조건 우리 지역으로 와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지역주의에 함몰된 우리 정치의 맨얼굴이 드러나고, 나랏돈의 쓰임이 공익보다는 권력의 입맛에 좌우될 뿐이라는 불신이 국민 사이에 팽배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여러 검증단계를 거쳐 가덕도, 밀양, 김해공항 확장 등 3가지 안을 놓고 분석해, 여러 시나리오에서 모두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신공항을 재추진하기에 앞서 정부가 과거 거론되던 김해공항 확장 안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허송세월하지 않고 지역갈등도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터인데 안타깝다.

김해공항은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게 된다. 공항을 오가는 교통망도 함께 개선한다. 정부는 내년 중 공항개발기본계획 수립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비용 대비 편익이 극대화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신공항 유치를 기대했던 주민들은 아쉬움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무언가 다른 예산 사업을 억지로 만들어 위로하려 한다면 이 또한 옳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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