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더위와 함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중국의 난방철도 아니고 대기가 정체되면서 찾아온 고농도 오염사태여서 남 탓을 할 여지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는 난맥상을 보면 부옇게 흐린 하늘만큼이나 가슴이 답답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화력발전소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가스라든가, 많은 사람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도 미세먼지의 원흉”이라며 미세먼지에 관한 특별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는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지난 25일로 예정되었던 차관회의를 연기한 뒤 새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부처 간 이견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인 경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환경부는 휘발유의 85%인 경유의 상대가격을 올리자고 하고, 기재부는 경유 값을 올린다고 사용량이 준다는 보장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산업부는 대안이 없다며 낡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난색을 보인다.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대책을 지시해도 꽉 막힌 부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부처 간 대립이 “담뱃값을 올리더니 경유 값까지 인상해 서민 부담만 늘린다” “고등어구이까지 규제하려 한다”는 시민의 불신과 냉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3년 배출원 자료를 보면, 경유차와 석탄화력이 초미세먼지(PM 2.5)의 주범임을 알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먼지 상태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절반 이상은 대기 속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만들어지는 2차 생성물이다. 두 가지 초미세먼지를 모두 합칠 때 주로 경유차인 ‘도로이동 오염원’의 비중이 21.5%로 가장 높고 이어 경유 엔진이 달린 건설기계·선박·농기계 등 비도로이동 오염원이 20.2%다. 제조업체 보일러를 합친 비중이 19.6%인 데 견줘 전국에 53개가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는 17.3%다. 수많은 제조업체를 빼고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만 해도 전체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59%를 차지한다.
따라서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에 대책을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이다. 다만, 그 추진 방식이 경유 가격 인상인지 환경개선부담금 인상인지 등은 지금처럼 밀실에서 부처 간 줄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를 통해 공평하고 과학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담뱃값 인상 때처럼 추가 부담을 서민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서도 안 된다.
정교한 정책 대안에 앞서 시급하게 할 대책은 당장에라도 시행하는 것이 옳다. 전문가들은 한두 대가 신형 경유차 100대보다 많은 미세먼지를 내뿜는 낡은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도심 진입을 억제하는 조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슈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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