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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영란법 개정’ 말할 때 아니다

등록 2016-05-10 19:25수정 2016-07-28 16:31

9월로 다가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내수 위축을 이유로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이상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발표한 직후인 10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상당한 우려의 소리를 듣고 있다”며 법 개정 문제를 대통령-3당 원내대표 회동(13일)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부정청탁금지법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를 많이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밀고 당기며 김영란법 개정의 군불을 때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김영란법이 법리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에 공직자뿐 아니라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포함시킨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 부분은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아직 시행조차 하지 않은 법을, 그것도 우리 사회 고질인 공직자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만든 법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 섞인 관측을 근거로 고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경제를 명분으로 반부패법을 완화하자는 논리는 유럽에서 ‘마피아를 청산하면 지하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리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더구나 김영란법 개정을 은근히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박 대통령은 정작 법이 제정되기 전엔 부정청탁금지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던 당사자다. 그때도 이 법이 제정되면 농수축산업계에 타격이 있을 거라는 우려는 제기됐던 터다. 그럼에도 국회는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을 가결했고 청와대는 두 손 들어 환영했는데, 아직 시행도 하기 전에 법을 고치자는 게 말이 되는가. 가변적인 경제 상황을 이유로 법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1년 내내 수많은 법을 고치고 또 고치고 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김영란법으로 과수농가와 한우축산업자,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거라 걱정하는 목소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보완을 해줘야지, 반부패를 목표로 한 법률을 뜯어고쳐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김영란법을 개정하기보다 충실히 이행하는 데 신경 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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