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일 안철수 전 대표가 주장해온 10대 혁신안을 전격 수용했다. 전날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주장을 거부하고 자신의 책임 아래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뒤 한 결정이다. 문 대표의 이런 행동은 때늦은 감이 있다. 이것만으로 안 전 대표와 비주류 쪽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고, 또 다른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도 혁신의 내용과 수위를 놓고 다툰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낫다. 문 대표는 비주류의 흔들기를 ‘지긋지긋하다’고 했지만, 국민들 눈에 정말 지긋지긋한 건 명분과 내용도 없이 끝없이 싸우는 야당의 모습이다.
문 대표는 자신의 책임 아래 총선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지지자들에게 나와 함께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당이 계속 흔들린 건, 당 대표로서 그런 믿음과 비전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단 문 대표가 ‘김상곤 혁신위’에서 마련한 혁신안에만 연연하지 않고 안 전 대표의 혁신 제안을 전폭 수용한 건 잘한 일이다.
안 전 대표의 10대 혁신안엔 부패 혐의 기소자의 즉시 당원권 정지, 부패 혐의 유죄확정자 제명 등 매우 강력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이게 그대로 실행되면 적지 않은 현역 의원들은 공천 대상에서 배제되고, 구속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는 당원에서 제명된다. 당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이런 혁신 드라이브만으로 갈등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공천권을 놓고 싸우는 것보다는 건설적이고 국민 관심과 지지를 얻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안 전 대표 쪽은 “때늦은 화답”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문 대표가 이미 전날에 ‘내 갈 길을 가겠다’며 결별을 감수하는 듯한 기자회견을 한 마당에 이제 와서 혁신안을 수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분열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야당은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뿐 아니라 호남의 비주류 의원들까지 모두 힘을 합쳐도 천 길 낭떠러지를 간신히 건널 수 있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 제 갈 길만 가겠다고 고집하는 건 낭떠러지로 아예 떨어지는 걸 택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혁신’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분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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