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신임 총리 후보자에게는 ‘골수 공안통’이니 ‘미스터 국보법’이니 하는 여러 별명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그가 보인 행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권의 충견’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통합진보당 해산,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의 선거법 적용 배제 등 정권의 고비마다 언제나 그 중심에는 황 후보자가 있었다. 그는 주인이 싫어하는 상대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물어뜯는 데 거침이 없었다. 그 결과는 언제나 주인을 흐뭇하게 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장관을 지명한 뜻은 분명하다. 이 시기 총리의 가장 중요한 자격을 ‘충성심’과 ‘돌격정신’으로 본 것이다. 통합이니 소통이니 하는 말은 애당초 박 대통령의 관심 밖이었던 게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권력기반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자신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인가가 박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였던 듯하다. 사실 황 후보자는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법무장관’이 아니라 ‘정권의 법무장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 총리가 되면 나라의 안위보다는 정권의 안위, 국민의 마음보다는 대통령의 심기를 보살피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법무장관 자리에서도 진작 물러났어야 옳을 그를 총리 후보자로 영전시킨 박 대통령의 본뜻이기도 할 것이다.
신임 총리 후보자 지명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우리 사회에는 ‘공안’과 ‘사정’ 등의 단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새 한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라는 청와대의 발표에서도 앞으로의 정국 기류를 엿볼 수 있다. 문제는 ‘정치개혁’이니 ‘부정부패 척결’이니 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법의 이름을 가장한 교묘한 정치행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법을 앞세운 공안통치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정권의 입맛에 맞춘 사정작업이 얼마나 숱한 갈등과 분란을 야기하는지는 그동안 숱하게 목도해왔다. 당장 ‘성완종 리스트’ 사건만 해도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수사 방향이 변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에도 법과 원칙보다는 정권의 이득에 맞춰 법을 해석하고 운용해온 황 후보자가 총리 자리에까지 오른다면 그 흐름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다.
신임 총리 후보자 지명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이제는 박 대통령보다는 오히려 야당을 탓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박 대통령이 민심에 귀를 막은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직접 몸으로 느끼게라도 해줘야 하는데, 선거 때마다 회초리를 맞은 것은 오히려 야당이었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더욱 기고만장하고 몰염치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 없는 대통령에 무기력한 야당,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슬픈 현실이다. 야당이 그나마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은 황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다. 황 후보자는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전관예우, 병역면제,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숱하게 드러난 바 있으나, 장관에 비해 총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야당이 어떤 실력을 발휘할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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