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진 정당은 으레 내홍에 휩싸이게 된다. 선거 패배의 원인과 책임, 수습 방안 등을 놓고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어느 면에서 이런 논쟁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다. 하지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이는 모습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막말 시비, 감정싸움 등 낯뜨겁고 유치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8일 오전에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회의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주승용 최고위원이 또다시 문재인 대표를 정면공격하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주 최고위원은 발끈해서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당내 분란이 봉합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당이 더욱 극심한 분란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정 최고위원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 구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갈친다”느니 하는 입에 담기 민망한 말을 공개석상에서 여과 없이 내뱉은 것은 용납되기 힘들다. 정 최고위원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주 최고위원을 향해 “뭐 뀌고 성내는 꼴” 등의 표현으로 공격한 바 있다. 정 최고위원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튀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으나 여전히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치지 않고 있다. 품위 없고 상스러운 표현은 야당을 해치는 독이라는 사실을 왜 깨닫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주 최고위원이 이날 회의에서 또다시 ‘문재인 사퇴론’을 끄집어낸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선거 패배 뒤 지도부 사퇴론이 불거지는 것은 물론 자연스런 현상이며, 지난해 7·30 재보선 참패 뒤 안철수-김한길 대표 사퇴와의 형평성 문제 등 주 최고위원의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어쨌든 의원총회 등을 거치며 ‘지도부 사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쪽으로 흐름이 정리돼가는 분위기다. 새 원내대표단이 선출되면 워크숍을 열어 선거 패배의 원인 분석과 수습 방안 등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를 하자는 데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이런 점에서 주 최고위원의 발언 역시 불필요한 분란을 부추긴 평지돌출형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의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야당’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은 더욱더 야당에서 멀어져 간다. 새정치연합은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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