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 문제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한 답변 내용은 ‘억지와 궤변’이라는 말로는 모자랄 지경이다. “검사였다는 신분 때문에 특정 직역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헌법이 정한 직업 선택의 자유에 어긋날 수 있다” “대통령이 공약한 내용은 검찰의 법무부와 외부기관 파견의 제한이었다. (청와대에 검사를 파견하지 않겠다는) 공약은 없었다.”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말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의미와 맥락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황 장관의 말은 아무런 의미 연결도, 최소한의 논리 구조도 갖추지 못했다. 청와대에 파견되는 검사들이 형식상으로만 사표를 내는 것일 뿐 파견근무를 마친 뒤 신규 임용 형식으로 검찰에 금의환향한다는 것은 만천하가 아는 일이다. ‘직업 선택 자유’니 하는 말 자체가 애초 성립하지 않는데도 그는 엉뚱하게 갖다 붙였다. ‘외부기관 파견’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외부기관이 아니라면 검찰의 내부기관이라는 말인가. 황 장관은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엉터리 논리를 펼쳤다.
따라서 황 장관의 답변은 결코 ‘말’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그냥 소리일 뿐이다. ‘주구’가 권력을 보위하기 위해 내지르는 소리일 뿐이다. 그는 이미 상식이니 논리니 이성이니 하는 따위의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을 벗어던진 것으로 보인다. 오직 주인에게 귀염을 받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 권력의 단맛을 누리겠다는 일념만 번득인다.
문제는 이런 인물이 한 나라의 법을 총괄하는 부서의 수장을 맡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다. 최소한의 논리도 없이 황당한 충성심만으로 똘똘 뭉친 법무장관 아래서 ‘법과 정의’가 무너지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황 장관은 사실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 훨씬 오래전에 물러났어야 한 인물이다. 그런데 물러나기는커녕 이제 국회에 나와 터무니없는 사실 왜곡과 엉터리 주장으로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막가파 법무장관’을 과연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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