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3회에 걸쳐 ‘의료영리화가 바꾸는 세상’을 연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격의료,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등에 이어 취임 한 돌을 맞은 지난달 25일엔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영리병원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
연재물을 보면, 미국의 영리병원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어떤 반칙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연방정부에서 더 많은 돈을 받아내려고 과잉진료를 일삼는다. 병원은 특히 65살 이상의 응급실 내원 환자 가운데 절반 넘게 입원시키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의사들에게 제시한다. 입원시킨 환자 수를 의사 실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의사들은 없는 병도 만든다.
미국의 실태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을 연상시킨다. 영리 자회사가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하고 그 이익을 배당하는 통로가 되면 병원은 투자자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슷한 편법을 강요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도 결국 재벌 주도의 영리 체인병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과 달리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NHS)는 공공성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지만, 성적은 훨씬 좋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보면, 영국인이 한 해 의료비에 3405달러를 쓰는 동안 미국인은 8508달러를 지출한다. 미국인의 의료비는 영국인의 2배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정작 영국인의 평균수명은 81.1살로, 미국인의 78.7살을 앞지른다. 미국은 한 해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17.7%에 이르는 막대한 의료비를 쏟아붓고도, 훨씬 적은 돈을 쓰는 영국(9.4%)보다 성과가 저조했다.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평가한 보건의료제도 평가 순위에서 영국은 전체 191개국 가운데서 18위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한참 뒤진 38위에 머물렀다. 이 평가에서 한국은 미국보다도 못한 59위였다. 이는 우리나라가 공공의료체계도 아니고 민간의료체계도 아닌 기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근간으로 의료체계가 짜여 있어 공공의료체계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국 의료기관 병상 수의 90% 가까이를 민간이 차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공공이냐 민간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나라가 택해야 할 길은 당연히 영국의 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국의 길을 따라하려는 것 같아 불안하다. 부디 두 나라의 사례를 깊이 있게 연구 검토하기 바란다. 의료 영리화의 길은 하루빨리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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