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3월3일부터 집단 휴진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이대로 가면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의사들의 집단 휴폐업이 재연되는 것이다. 의사들의 요구사항은 세 가지다. 영리병원과 원격의료는 중단하고 건강보험제도는 개혁하자는 거다. 앞의 두 가지는 공감이 간다.
영리병원이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이다. 자회사는 투자와 배당이 가능한 주식회사로, 거의 모든 의료관련 사업에서 돈을 벌 수 있다. 정부는 자회사가 돈을 벌어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자회사의 수익은 다름 아닌 병원환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자회사가 병원에 건물을 임대해서 수익을 남기려면 병원은 그 임대료를 벌기 위해 의료비를 높여야 한다. 또 자회사가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의약품 등을 빌려주거나 공급하는 사업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병원이 그만큼 환자들에게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사용료를 더 받아야만 한다. 의료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병원이나 투자자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국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거나 마찬가지다.
원격진료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해지는 거다. 시골마을의 병원들은 그나마 지리적 접근성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는데, 원격의료는 이들의 존립근거마저 빼앗아버리고 그 때문에 더욱 대형병원의 원격의료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를 위한 인프라를 깔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데, 이게 다 건강보험 재정의 약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의사들의 세 번째 요구인 건강보험제도 개혁의 주요 내용이 수가 인상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의료수가 인상은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을 의미한다. 지금도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비급여 등 환자부담이 높아 아파도 병원 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로 동네병원들이 의료수가가 낮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면,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영리병원, 원격의료와 함께 묶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정부 태도도 불투명하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요즘 의료수가 인상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고 있다.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의료수가라는 떡고물을 던져주면서 의료계를 달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그런 야합이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게 일 것이라는 점을 정부와 의료계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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