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잠정 중단된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쪽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보다는 명분 쌓기에 급급해하면서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안 후보는 어제 회견에서 “문 후보가 민주당 혁신에 대한 확고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 새로운 정치 실현과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의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의 회동을 제안하긴 했지만 협상의 난관이 민주당의 이른바 ‘구태 정치’ 때문이란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문 후보는 이에 “안 후보가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 쪽이 상당히 부정한 경쟁을 한다고 믿는 건데 지금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 파행의 책임이 사실상 안 후보 쪽에 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두 후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양새는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안 후보가 제기한 민주당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당 혁신이 단일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국민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안 후보의 주장은 결국 단일화 국면이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등의 기득권 정치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항의의 표시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불리하니까 딴소리한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문 후보가 사태 수습책 마련보다는 안 후보 쪽의 과장 보고를 언급한 것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태도로 보인다.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할 맏형다운 태도는 아니다.
두 후보는 엊그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호소를 되새겨보길 바란다. 백 교수는 글에서 “민주당 의원과 지도부 대다수 사이에 민주당과 문 후보가 이만큼 오기까지 ‘안철수 현상’과 안 후보로부터 얼마나 많은 덕을 보았는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부족해 보인다”고 적었다. 그는 안 후보에 대해 “‘양보론’ 등에 대한 반발이 어디까지 정곡을 찌른 정치적 대응이고 어디서부터 현실정치에 단련이 덜 된 신인의 과잉반응인지를 반대쪽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두 후보가 명심해야 할 지적이다.
안 후보는 좀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보로 협상의 교착상태를 먼저 타개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박근혜 대세론을 흔든 안 후보를 그저 단일화 협상의 불쏘시개 정도로 적당히 끌어들이려 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일이다. 결국 두 후보가 만나야 한다. 만나서 의심스러운 점, 불쾌한 점, 시정할 점을 끄집어내 앙금을 훌훌 턴 뒤 원점에서부터 협상을 재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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