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근혜 후보, 경제민주화 말할 자격 없어

등록 2012-11-16 19:16수정 2012-11-22 19:05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어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금산 분리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안한 재벌개혁의 알맹이는 쏙 빠졌다. 경제민주화 공약이라고 이름 붙인 게 민망할 정도다. 기대를 품었던 유권자들로선 속았다는 느낌과 함께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박 후보는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어,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경제시스템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말은 번듯하지만 공약 내용을 보면 재벌의 기득권을 옹호하고 친기업 정책을 펴겠다는 쪽이다. 새누리당이 경제위기론을 앞세운 재계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도로 한나라당’의 낡은 성장전략으로 회귀했음을 뜻한다.

박 후보는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규제하고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또 불공정행위에 대한 고발권을 중소기업청장·감사원장 등에게도 부여하고 금산 분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도로 힘이 너무 커진 재벌을 규제하기에는 미약하다.

김 위원장이 제안했던 재벌개혁 1호 공약인 대규모기업집단법은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고 법체계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문화했다. 한국의 재벌이야말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업집단이라는 점에서 선례를 찾을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선례를 만들어야 할 판이다. 대기업집단법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계열사 편입 심사제, 재벌 총수 사익 편취시 지분조정명령제 등을 하나로 묶겠다고 해 기대를 모았다. 차라리 재벌들이 싫어해서라면 모를까 이유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외국 기업의 적대적인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고 기업의 혼란과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재벌의 경영권은 무조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면 오히려 지분 매각 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 해당 기업이나 직장인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도 이를 시정하는 게 마땅한데 재벌 편을 들어 눈감아주는 것은 아예 재벌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후보는 지난 총선 때 경제민주화를 공약했고 국민은 재벌과 부자 편을 든 현 정권과는 다른 면모를 기대했다. 하지만 재벌개혁에서 크게 후퇴함으로써 “경제민주화가 ‘줄푸세’와 다를 바 없다”는 그의 말대로 ‘이명박근혜’의 본색을 드러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한동훈 대표, 왜 이렇게 오버하나? [11월19일 뉴스뷰리핑] 1.

한동훈 대표, 왜 이렇게 오버하나? [11월19일 뉴스뷰리핑]

이재명 재판에 ‘상식적 의문’ 2가지…그럼 윤 대통령은? 2.

이재명 재판에 ‘상식적 의문’ 2가지…그럼 윤 대통령은?

[사설] ‘이재명 판결’로 ‘김건희 의혹’ 못 덮는다 3.

[사설] ‘이재명 판결’로 ‘김건희 의혹’ 못 덮는다

[사설] 거짓 해명에 취재 통제, ‘대통령 골프’ 부끄럽지 않은가 4.

[사설] 거짓 해명에 취재 통제, ‘대통령 골프’ 부끄럽지 않은가

청소년, 정신건강, 군대, 자살 [똑똑! 한국사회] 5.

청소년, 정신건강, 군대, 자살 [똑똑! 한국사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