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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되다

등록 2011-11-30 18:47수정 2011-12-01 11:14

조선·중앙·동아·매경의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오늘 합동 축하쇼를 열고 일제히 개국한다. 온갖 특혜와 반칙을 통해 태어난 보수언론의 종편사들이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이는 언론의 위기이자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한다.

종편 4사의 개국은 단순히 방송채널이 몇 개 늘어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언론시장에서 보수 정치권력과 족벌언론이 동맹을 구축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공세에 나섰음을 뜻한다. 그 동맹의 지향점이 여론 장악을 통한 1% 수구 기득권층의 자기이익 보호와 보수정권 재창출에 있음은 여권과 종편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유례를 찾기 힘든 특혜 ‘괴물방송’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한 데 이어, 시청자 수요와 광고시장의 여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지난해 말 종편 4개사를 허가했다. 그리고 최시중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총대를 메고 온갖 꼼수를 동원해 특혜를 제공했다. 종편 콘텐츠의 의무 재전송을 비롯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스오)에 대한 황금채널 배정 압박, 광고 직거래 허용, 중간광고 허용, 제작·편성 비율 완화 등 특혜를 다 열거하기조차 어렵다.이를 통해 케이블로 방영되면서도 지상파 이상의 특혜를 누리는,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괴물방송’이 등장했다.

종편시대를 열어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2007년 대선에서 권력 창출의 사실상 파트너였던 보수 족벌언론과의 유착을 강화하고 보수 일색의 여론시장을 형성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보수권력을 창출해내려는 것이다. 미디어시장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방송 진출을 추진해온 조·중·동 등 족벌언론들은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신문·방송 겸영 금지 해제를 내건 이명박 정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그 대가로 종편을 허가받은 뒤엔 국회의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입법 논의를 무시하고 직접 영업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청률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많게는 지상파 광고의 70%를 요구하는 조폭적 영업을 자행하고 있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기획 프로그램의 제작을 약속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방송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로서의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뒷전으로 내팽개친 지 오래다.

종편이 활개치는 시대의 우리 사회 모습은 암울한 잿빛일 수밖에 없다. 종편은 이미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조·중·동과 함께 광고시장의 포식자로 군림할 것이고,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중소 신문사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다.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은 광고를 무기로 한 대기업의 대언론 영향력을 키울 위험이 크다. 그 결과 언론시장은 기득권의 이해에 충실한 의제로 도배되고, 상대적으로 노동자와 농민, 서민 등 우리 사회 99%의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는 축소될 게 뻔하다. 한마디로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돼 여론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보수여론의 독과점 시대가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사들 사이의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넘쳐날 게 분명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여론 다양성은 민주주의가 존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한 사회의 여론이 일방통행식으로 흐를 때 민주주의는 절대 꽃필 수 없다. 더욱이 종편이 누리고 있는 온갖 특혜와 거리낌없는 조폭적 영업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공정성과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다.

보수여론의 독과점과 민주주의의 상실


이 땅의 건전한 양심세력이 종편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편에 부여된 온갖 특혜를 없애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절체절명의 싸움이다. 그런 점에서 종편 4사의 합동 축하쇼에 민주당 등 야당이 불참하기로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종편 4사와 개국 축하 인터뷰를 한 것과 대비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종편 특혜 철회와 미디어렙법 입법을 요구하며 오늘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종편 개국과 함께 이 땅의 양심·진보세력의 투쟁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이 싸움에 온 국민이 함께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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