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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관타나메라

등록 2011-02-16 19:53

“나는 야자나무가 자라는 곳에서 온 정직한 사람/ 죽기 전에 내 영혼의 시를 나누고 싶소/ 관타나모의 여인이여.” 이렇게 시작하는 <관타나메라>는 쿠바에서 가장 애호되는 노래다. 이 노래는 시인이자 언론인, 혁명이론가, 교수, 정치 철학자였던 호세 마르티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아바나에서 태어난 마르티는 어렸을 적부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에스파냐, 라틴아메리카, 미국 등지를 돌아다니며 쿠바 독립의 명분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고, 쿠바 망명객들의 단체를 통일시켰으며 실지로 독립 전쟁을 일으켰다. 그는 시, 소설, 수필을 썼던 것은 물론 아동 잡지를 만든 지식인이기도 했다. 이런 그의 행동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 “내 운명을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에 던져 함께하고 싶소/ 바다보다는 산속의 개울이 나는 좋다오.” 이것이 노래 가사의 마지막이다.

극적인 그의 삶보다 더 극적인 것이 그의 죽음이었다. 그는 1895년 도스리오스 전투에서 사망했다. 두 강이 만나는 곳이니 ‘두물머리’쯤 되는 지명이다. 이곳에 에스파냐 군대가 견고하게 진을 치고 있었다. 홀로 있던 마르티 옆에 젊은 전사 하나가 지나갔다. “젊은이여, 돌격!” 그 둘이 적진을 향해 말을 몰았다. 적은 풍차가 아니었다. 검은 옷을 입고 백마를 탄 마르티는 쉽게 표적이 되어 곧 살해됐다. 젊은 병사가 도주하여 이 사실을 보고했다. 마르티가 말만 하고 실전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이런 행동을 했다는 설도 있다.

<관타나메라>의 원작인 <단순한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반역자의 주검처럼 나를 어둠에 묻지 말라/ 나는 선한 사람으로 태양을 보며 죽겠노라.”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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