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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영화 수업

등록 2020-06-25 17:27수정 2020-06-26 02:37

조한욱 ㅣ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교사 양성 대학에 재직했으니 졸업생들 대다수가 교사다. 그들로부터 교육 현장의 고충을 많이 듣기에 교사들의 곤경에 대해서는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임용고시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교단에 나섰지만 실지로는 학부모, 학생들,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교사의 길을 포기한 제자들도 상당히 많다. 언젠가 그에 대해서도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지금은 수업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막혔던 졸업생의 하소연에 주목하고자 한다.

갓 교사가 되어 한국사를 가르치는데, “왜 우리의 역사는 이렇게도 참담하고 슬픈 이야기로만 가득 차 있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대답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위로하려는 나의 대답은 한국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위로가 아니라 더 큰 참담함을 말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어떤 곳의 산천에도 인간의 피와 눈물이 맺히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단지 우리가 한국의 역사에만 눈길을 돌리는 현상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계사에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졸업생과의 만남은 그런 방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뭔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하여 떠오른 것이 역사를 다룬 영화에 대한 교양 수업을 개설함으로써 세계사 교육의 중요성을 더 널리 알려야겠다는 발상이었다.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수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졸업생에게 막연하게 했던 이야기가 지구의 거의 모든 곳에서 사실로 확인되는 것이었다. 그 모든 곳에서 많은 영화인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고발하려 했다.

그중에서도 영화가 현실의 악순환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던 켄 로치에게서 특히 많은 힘을 얻었다. 투쟁의 연대를 갈망했던 그의 말을 옮긴다. “나는 고립되어 사라지지 않고 세계의 일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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