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쇠고기 청문회’는 정부의 책임 회피 자세로 부실하게 끝났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의혹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청문회를 통해 해소하고 잘못된 대목은 바로잡기를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되레 답답함과 의혹을 더 부풀린 꼴이 됐다.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정부가 어떤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태도를 바꿨으며, 검역주권을 다 내주다시피 하면서 부랴부랴 협상을 타결 지었는가 하는 점이다. 위생조건을 완화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정도는 어떠하며, 문제가 있으면 지금이라도 재협상에 나서거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한 핵심 쟁점이다. 이런 의혹은 정부 내부 문건과 의학적 근거에서 비롯된 것들로, 하나하나가 국민적 관심사다. 청문회 직전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정부가 핵심 쟁점에서 후퇴한 채 협상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대외비 문건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속 시원한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정부는 국제 기준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했으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 길을 터 놓고는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의 97%가 20개월 미만으로 굳이 10개월 이상 사료를 더 먹여서 한국에 수출할 이유가 없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민간에서 수입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한 답변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아예 협상 과정과 내용을 불문하고 이번 협상은 지키고 보호하겠다는 ‘협상 사수론’으로 무장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처럼 책임 회피적이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할 수 없다.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고 재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시·도 업무보고에서 국민의 건강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말했다. 당연한 조처인 것 같지만, 협상 당사자인 미국은 재협상이나 합의 내용 변경은 불가하다며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바로잡겠다는 것인데, 그마저도 실효성이 의문시되니 믿음이 안 간다. 국민은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번 협상의 문제점을 규명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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