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비판이 들불처럼 번지는 이유는 정부·여당도 잘 안다. 한입으로 정반대 되는 정보와 시각과 주장을 멋대로 내뱉는 것에 대한 불신이 첫째다. 둘째는 국민을 호도하려 한 정부와 대통령의 거짓말 혹은 무지다. 셋째는 국민의 건강권과 주권을 무시한 협상 내용이다.
여기에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정당한 분노와 비판을 물리력으로 억누르려는 행태다. 합법적인 집회 및 시위를 막겠다고 했던 정부가, 이젠 인터넷이나 시중에 떠도는 이른바 유언비어까지 사법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언비어란 정보를 쥔 자가 마음대로 판정하는 것이니, 비판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선언과 다를 게 없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비판 차원을 넘어서, 국민적 저항을 자초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짓이다.
이른바 유언비어 색출을 위해 긴급조치, 국가보안법은 물론 경범죄처벌법까지 동원했던 유신이나 5공정권을 연상시킨다. 당시 권력은 검찰과 경찰을 동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교부도 꼭 동원했는데, 이 정부는 그것마저 답습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늘 16개 시도 교육감회의를 소집해 학생들의 시위 참가나, 인터넷 등을 통한 괴담 유포를 막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학사 및 학생관리의 자율권을 부여하기는커녕, 시도 교육청을 정권의 수족으로 운용하는 셈이다.
물론 잘못된 정보와 주장이 일부 나도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어떤 쟁점에나 뒤따르는 현상이다. 문제는 권력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불투명할 때 이런 현상은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지금 괴담이 난무한다면, 그 원인은 권력 안에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청와대 누리집에 광우병 괴담 10문 10답 꼭지를 만들고, 사법 당국은 괴담 색출에 나서는 등, 국민을 훈계하고 닦달하려고만 한다.
더 가관인 것은 이른바 보수언론의 행태다. 괴담 색출의 선봉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색깔론까지 동원해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면 좌파로, 광우병 우려를 제기하면 반미로 낙인찍는다. 황우석 사태 때, 진실 규명 노력을 좌파 반국가주의자로 내몰던 행태와 다르지 않다.
유언비어는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때 사라진다. 이를 핑계로 정당한 의견까지 억누르려 한다면 분노는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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