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꺾고, 아이오와주에 이어 2연승을 하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올해 11월 미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지는 것이 사실상 확정되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리스크’를 현실적 가능성으로 보고 대비해야 할 때다.
이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를 약 11%포인트 격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트럼프 대항마로 기대를 모아온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 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등 4건의 형사 기소 상태인 ‘사법 리스크’ 변수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트럼프 리스크’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11월 미 대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온다면 한국이 직면할 리스크는 다른 나라들과 견줄 수 없을 정도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고 남북관계가 크게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동맹을 무시하는 트럼프가 돌아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안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4일에도 서해로 순항미사일을 여러발 발사했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상 목표물에 대한 살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공중폭발 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심각해지고 있는 북핵 위협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계속 한-미, 한·미·일 협력에만 기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동맹을 무시하는 트럼프가 돌아온다면, 윤석열 정부의 이런 대책은 허망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대변하는 미국의 고립주의와 동맹 무시 기류는 국제 정세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트럼프는 취임 첫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부터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이 법이 폐기되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한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일괄적으로 10% 이상 올리겠다”며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동맹에 대해서도 관세 장벽을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외교·안보·경제 정책의 모든 것을 미국에 의지한 채 질주해온 기조를 바꾸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며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지금 심각한 위기 국면임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