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헤일리에 “아직도 사퇴않고 남아 있나”
미국 공화당의 두번째 대선 경선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지난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한 직후 2연승을 달린 것으로, 그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에 이어 올해 11월 대선 본선에서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공화당원들과 무당파 유권자들이 참여한 프라이머리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10%포인트가량 앞서며 승리를 차지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튿날 새벽 91% 개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4.8%, 헤일리 전 대사가 43.2%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날 치러진 민주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90%가량 개표가 이뤄진 결과 68%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뉴햄프셔주 민주당이 수기로 이름을 적어도 유효하다는 독려 운동을 진행해 손쉽게 승리했다.
초반 공화당 경선의 분수령으로 큰 관심을 모은 이날 뉴햄프셔 경선은 아이오와에서 과반(51.0%)을 득표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2위(21.2%)를 차지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 사퇴한 직후 치러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3위(19.1%)에 그친 헤일리 전 대사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승리한 것이다. 중요한 승리를 잇따라 거머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 “(아이오와에서) 3위를 하고서도 아직도 남아 있다”며 사퇴를 종용했다.
연패로 본선행 가능성이 더 옅어진 헤일리 전 대사는 중도 사퇴 여론에 개의치 않고 경선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뉴햄프셔주 패배 인정 직후 “승부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이제 시작이다. 아직 수십개 주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곧바로 24일 자신의 연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유세하기로 하는 등 경선 강행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공화당은 다음달 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미시간주에서, 3월2일 미주리·아이다호주에서 경선을 진행한다. 3월5일 ‘슈퍼 화요일’에는 14개 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개최한다. 이후로도 나머지 주들의 경선 일정이 잡혀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이어지면 공화당 후보가 조기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이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게 분명해졌다”며 “국가에 이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자유부터 경제까지 모든 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압승했을 때도 “이번 선거에서는 여러분과 내가 극단적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 구호) 공화당과 대결하게 될 것”이라며 재대결을 예고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