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정권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다시 수사하겠다고 한다. 앞서 검찰이 2021년 이들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했지만, 지난해 11월 1심에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의원(전 울산경찰청장) 등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재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기록과 공판기록, 법원 판결을 검토한 결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다. 핵심 증인의 법정 증언이나 법원 판결에는 이들을 재수사할 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임 전 실장은 송 전 시장의 당내 경쟁자의 경선 출마를 막았다는 ‘후보 매수’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모해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울산시장 출마 대신 일본 고베 총영사 등의 직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한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기소한 한 전 수석도 무죄가 선고된 마당에 어떻게 임 전 실장을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에 개입한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증거가 없어서 검찰은 소환 조사도 못 했다. 이른바 ‘김기현 비위 정보’ 문건을 가공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은 물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으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조 전 장관에게 문건을 보고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증언은 공판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을 텐데 검찰은 무슨 근거로 재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재판에서 공개되지 않은 다른 증거라도 있다는 말인가. 이 사건 수사는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권 청와대와 검찰이 극단적으로 대립할 때 진행됐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2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의견서까지 법원에 제출하고도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뭉개다시피 한다. 또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진 이정섭 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보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아냥도 감수하며 모른 체한다. 반면,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는 득달같이 달려든다. 이러니 검찰이 ‘정치 편향’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