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당대표를 지낸 이 전 총리의 탈당이 정치권에 주는 충격파는 작지 않다. 전날 민주당 의원 3명이 탈당했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극단으로 치닫는 양당의 대결 정치가 제3지대를 추동하는 형국이지만,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과거 명멸했던 다른 3당들처럼 금세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또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받고 공격받았다”고 했다. 자신의 탈당이 이재명 대표 때문이며,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달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는 전날 탈당한 ‘원칙과 상식’ 세력과 협력하겠다며 신당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가칭)과 금태섭·양향자 신당 등 제3지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선거 앞 신당이 출현하고 합종연횡하는 것이 우리 정치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 본류를 자처하는 이 전 총리의 탈당 명분이 충분한가에 대해선 의문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전 총리는 ‘대표직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라는, 이 대표가 선뜻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고 곧바로 탈당으로 직진했다. 지난 대선 이후 쌓인 이재명 대표와의 갈등, 이 전 총리 개인의 정치적 진로를 제외하고, 본인의 탈당이 국민들에게는 어떤 이로움이 되는지를 이 전 총리는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지금 현재 제3지대가 관심을 받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동시에 작동하는 탓이다. 그러나 제3지대가 반사이익만을 노린다면, 결국 공천 때문에 급조된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수 있다. 정당으로서 추구하는 명분과 가치 없이 ‘반윤석열’ ‘반이재명’의 구호만으로 유권자의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인 양당 정치를 종식하자면서, 또 다른 증오를 더하는 형식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 정치를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겠다면 그에 걸맞은 비전과 가치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