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석열계 핵심으로 불리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주류 희생’ 요구에 답하는 차원으로,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의 연쇄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용산 출장소’로 전락한 집권여당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런 움직임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장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에서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달라”고 했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 정계 입문 때부터 소통해온 최측근 인사다. 지난해 이준석 대표 축출 및 올해 초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한 김기현 지도부 구축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혁신위가 제시한 지도부·윤핵관·중진의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첫 ‘화답’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인적 쇄신 요구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이 선언이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온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예정된 외부 행사도 취소한 채 거취 숙고에 들어갔다고 한다. 당내 총선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김 대표가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혁신 작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애초 혁신 출발점이었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는 윤 대통령의 독선과 ‘출장소’로 전락한 여당에 대한 민심의 경고였다. 그럼에도 선거 참패를 계기로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는 윤 대통령을 “나라님” 운운하며 혁신 대상에서 제외해 명분을 스스로 내팽개쳐 결국 자업자득 ‘빈손 해산’에까지 이르게 됐다. 장제원이 불을 지핀 인적 쇄신을 앞세운 당내 불출마 선언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근원적 문제인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에 맞춘 변화를 추구한다면, 윤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하고 대통령실과 당의 종속적 관계부터 끊어내야 할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윤 대통령의 잇따른 정책 오류와 비상식적 인사에 대한 제어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을 위하는 길이자, 윤석열 정부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