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11일 저녁 페이스북에 부친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찾은 사진들과 함께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고 글을 올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장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 친윤석열계(친윤계) 핵심 의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이 11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이날 김기현 대표도 지도부·중진·친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을 담은 혁신위원회의 제안에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4·10 총선을 넉달 앞두고 여당 내에서 ‘희생’을 요구받아온 핵심 인물들이 호응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후 공천 쇄신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하지만 김 대표의 구체적 행동과 그 시점 등을 두고는 당내에서 격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찾은 사진들과 함께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버지가 주신 신앙의 유산이 얼마나 큰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고 적었다. 이어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고 썼다. 그는 “아무리 칠흑 같은 어둠이 저를 감쌀지라도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으로 예비하고 계신 것을 믿고 기도하라는 아버지의 신앙을 저도 믿습니다”라며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장 의원의 아버지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은 1981년과 1985년 부산 북구에서 당선돼 11·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장 전 부의장이 설립한 동서학원은 부산 사상구에 위치하고 있다. 장 의원은 아버지의 지역구인 북구에서 1995년 분리된 사상구에서 18·20·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그동안 ‘인요한 혁신위’의 친윤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에 가지 않겠다”며 선을 그어왔다. 장 의원은 지난달에는 4200여명이 모인 대규모 지역 외곽조직 행사에 참여한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세 과시를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날 부친의 묘소에 다녀온 사진과 함께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고 한 것은, 이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 메시지에 대해 이날 밤 티브이(TV)조선에 “내 마음을 밝힐 때가 된 것 같아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총선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읽힌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후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혁신위의 혁신안을 종합보고받은 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지도부·중진·친윤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포함한 혁신위의 제안을 대부분 거부해온 그가, 혁신위 해산 뒤 ‘김 대표 사퇴론’이 들끓는 가운데 정리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성중 혁신위원으로부터 혁신위의 1~6호 혁신안 종합보고를 받고,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혁신안은 혁신위가 활동을 조기 종료하며 지도부에 제출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의제가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엔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며 “공천관리위원회 등 당내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적당한 때가 되면 질서 있게 스텝 바이 스텝으로 혁신위의 요구를 반영하고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말하는 ‘기득권 포기’의 내용에 대해서는 “혁신위가 요구한 희생과 헌신을 포함한 모든 것이 포함될 걸로 본다”고 했다. 혁신위가 요구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가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당내에서 김 대표 사퇴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나왔다. 전날 5선의 서병수 의원과 3선의 하태경 의원 등은 ‘총선 승리를 위해 김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하 의원은 11일에도 페이스북에 “바닥인 줄 알았던 우리 당 지지율은 지하 1층을 뚫고 지하 2층, 3층으로 내려가고 있다”며 “이 사태의 제일 책임은 김기현 대표에게 있다”며 김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기현 당대표의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의 공약이 내년 총선 55~60석으로 바뀔까 두렵다”고 적었다. 이날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병민 최고위원은 김 대표 면전에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놓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기득권 포기 발언 뒤에도 대표직 사퇴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외려 김 대표가 또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김 대표는 대표직 사퇴나 불출마, 혹은 수도권 등 험지 출마와 관련해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김 대표가 아무 의미 없는 얘기를 한 거다. 지금 타이밍에는 구체적인 얘기를 해야 하는데,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는 건 (대표직 유지를 위한) 시간 끌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지역을 다녀보면 ‘김기현 좀 내려오라고 해. 좀 안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친윤계는 ‘김기현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며 김 대표를 엄호했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대안 없는 당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당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단체 텔레그램 방에서도 친윤 성향의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자살특공대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퇴출 대상자가 적반하장이다” 등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겨냥한 비난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지난 1월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를 막기 위해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렸던 일을 언급하며 “너무하다. 제2의 연판장 사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지도부는 이달 중순께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워 총선 채비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에 관해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최근 지역에서 울산 남구을 지역구에 스테이(유지)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다닌다”며 “(김 대표가 물러난 뒤) 새 사람이 총선을 준비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자꾸 (공관위 출범 등을) 세팅해놓는다는 것은 뒤에서 김 대표 본인이 (공천 작업을) 다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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