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뇌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수사·조사해야 하는 기관들이 모른 척한다. 김 여사는 최소 김영란법을 위반한 정황이 명백하고, ‘금융위원 인사’ 등 국정에 개입한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그런데도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수사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 모두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공정’인가.
‘김건희 명품백’ 동영상을 공개한 최재영 목사 쪽은 김 여사가 선물을 준비했다는 메시지를 읽은 뒤 방문을 허락했고, 명품백을 거절 않고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동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또는 그 배우자가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또는 1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다. 특히 최 목사 쪽은 명품백을 건네기 전에 김 여사의 금융위원 인사 청탁 정황을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권익위는 지난 8월과 11월 전 한국방송 이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 김영란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각각 대검에 수사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는 꼼짝도 않는다. 이렇게 선택적 행위를 하니 ‘방송 장악’을 위해 동원됐다고 하지 않는가.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의 침묵도 부끄러운 일이다.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돼 있다. 검사가 범죄 혐의를 알고도 수사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다. 그동안 야당 관련 질문엔 시퍼렇게 날을 세우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사건 관련 질문엔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며 비겁한 태도를 취한 것도 직무유기 논란을 피하려는 처사로 보인다.
일각에선 ‘함정 취재’를 이유로 들며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는 수사에 사용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를 핑계로 댄다. 하지만 ‘독수’(증거)는 수사기관이 수집한 불법 증거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사안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이 사건의 본질은 ‘함정 취재’가 아닌, ‘대통령 부인의 선물 수수와 관련 의혹’이다. 무엇이 중한가. 오죽하면 보수언론조차 민심이반을 우려해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말라고 주문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여론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았다.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당시 핵심 참모였다. 그런데 지금 검찰은 왜 야당 앞에만 기세등등하고, 윤 대통령 앞에선 스스로 고개를 움츠리는가. 앞으로도 계속 이럴 참이면, 더는 ‘공정’을 언급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