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내년 4·10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 등록이 오는 12일 시작되지만, 이들이 뛰어야 할 ‘운동장’인 선거구 획정은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이 없다. 선거제 개편 논의 역시 거대 양당의 당리당략에 얽혀 표류하고 있다. 정치 신인들은 자신들의 선거구도 확신하지 못한 채 선거운동에 나서야 할 판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와 위원 한명이 각각 참여하는 2+2 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 논의를 시작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끝내야 한다. 하지만 국회가 법정기한 8개월이 지나도록 손을 놓고 있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5일 획정안을 국회에 보고했고, 그제서야 여야가 협의에 나선 것이다. 선거구획정위의 안을 보면, 6개 선거구가 통합되고 6개 선거구가 분구되어 결과적으로 서울·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인천·경기에선 각 1석이 늘게 된다. 이는 여야의 선거구 협상을 위한 초안의 성격인데, 이미 민주당이 ‘여당 편향적’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은 자명하다.
선거구 늑장 결정은 역대 총선에서 언제나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19대 총선은 선거일 44일 전에 선거구가 확정됐고, 20·21대 총선은 각각 42일 전, 39일 전에 결정됐다. 국회가 매번 선거구 획정을 미루는 이유는 정쟁 탓도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루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일부 출마 예정자들은 유권자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선거전에 나서야 한다. 현역 의원들은 선거구가 갑자기 바뀌어도 높은 인지도 덕을 볼 수 있지만, 정치 신인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야의 ‘벼락치기’ 선거구 획정 관행이 결국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임의 룰인 선거제 개편 역시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과 위성정당 방지법 도입 등을 둘러싸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국민의힘은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을 고수하고 있고, 민주당은 지도부의 병립형 회귀 움직임에 소속 의원들이 반발하며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 개편이 늦어질수록 예비 후보들의 피선거권과 유권자의 참정권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시급히 논의를 마무리 지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