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이 음주운전과 폭력으로 벌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장관 직무 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위 공직자에 대해 국민이 요구하는 도덕성 기준을 무시한, ‘국민 모독’에 다름 아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8일 공개한 강 후보자의 경찰청 범죄경력 조회 결과를 보면, 강 후보자는 34살이던 2004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제주지방법원에서 벌금 150만원 처분을 받았다. 앞서 1999년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30만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어 “젊은 시절 성숙하지 못했던 판단과 행동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불찰이며 국무위원 후보자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범죄경력은 공직자 인사검증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다. 이를 몰랐다면 심각한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지명했다면 무책임의 극치다. 실제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의 음주운전·폭력 전과 사실을 이미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강 후보자가 공직에 있기 전의 일인데다, 업무 역량이 높다는 이유로 장관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한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면서 인사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젠 음주운전과 폭력 등 파렴치한 범죄 경력을 가진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장관 후보자로 내세우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럴 거면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시스템은 왜 필요한 것인가. 이는 검증 실패도 아닌, 검증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킨 것과 다름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보낸 강 후보자 인사청문 사유서에서 “당면한 해양수산 현안을 해결하고 해양수산업의 성장동력을 발굴할 적임자로 판단한다”며 “조직 내 신망이 높고 업무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어 많은 해양 수산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 운영을 책임질 국무위원의 음주운전·폭력 전과는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윤 대통령과 검증 책임자들은 최소한의 윤리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한 이를 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배경과 근거를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대통령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강 후보자 추천·검증 경위를 국민 앞에 명확히 설명하고,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