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박람회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글로벌 DPG(디지털플랫폼정부)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세번째),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왼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 새 네 차례나 오류를 일으켰던 행정 전산망 중단 사태의 책임이 ‘장비 유지보수’를 방치한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다.
행안부는 ‘정부24’ 마비 사태의 원인이 네트워크 케이블을 연결하는 장비인 ‘라우터’ 포트 불량이라고 지난 25일 밝혔다. 애초 원인으로 지목했던 ‘L4 스위치’에서 엿새 만에 바뀐 것이다. 행안부 당국자는 “(장애 원인이) L4 장비로 추정된다 또는 판단된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이 100%는 아니었다”고 둘러댔다. 오류 원인도 즉시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정부 시스템이 엉망으로 엉켜 있는데, 당국자는 발뺌하기 바쁘다.
최근 오류를 일으킨 정부 전산망은 모두 네 가지다. 지난 17일 시도 새올행정시스템(민원24) 장애로 민원서류 발급이 중단된 데 이어, 주민등록시스템이 20여분 멈췄고, 조달청 사이트가 1시간 마비돼 1600건의 발주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디지털 정부의 자랑인 모바일 신분증까지 먹통이 됐다.
26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행안부는 장비 노후화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 행안부는 2018년 이번에 문제가 된 전산시스템 중 하나인 새올행정시스템의 노후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기재부에 예산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면서 노후 장비 교체가 물 건너갔다.
행안부는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인 라우터 장비가 “노후화된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 장비는 2022년 1월1일 국가정보통신망 라우터 내용 연수 개정에 따라 사용기한이 기존 8년에서 9년으로 한 차례 늘어났다고 한다. 이 장비의 도입일은 2015년 11월30일로 원래대로라면 올해 교체를 했어야 한다. 미국 업체 시스코가 생산한 이 부품은 2019년 5월 단종됐다. 이미 단종된 노후 장비의 사용연수를 늘리는 편법으로 개선을 미뤄오다 참사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국민은 서비스 중단으로 애를 먹고 있는데도 담당 장관은 ‘나 몰라라’ 하며 국외 출장을 떠나고, 오류 원인도 찾아내지 못해 허둥대다 겨우 내놓았던 추정 원인도 아닌 것 같다며 번복했다. 이 와중에 디지털 정부의 성과로 국민 편익을 증진했다며 관련 공무원들을 포상했다. ‘국민 편익’이란 말을 지금 어떻게 쓸 수 있나. 예정됐던 포상이라도 미루는 게 정상 아닌가. 이 정부는 늘 국민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