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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행정망 사고 수습은 뒷전, 국외출장 떠난 행안부 장관 [사설]

등록 2023-11-22 18:13수정 2023-11-23 15:44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각) 런던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리는 동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각) 런던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리는 동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초유의 대국민 민원 서비스 중단 사고 이후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에 힘을 쏟아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1일 대통령 순방 동행 국외출장을 떠났다. 정부의 총체적 관리 부실이 드러난 상황인데,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이 자리를 비운 것이다.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행안부는 그동안 시스템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세계 최고 수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내세우며 국외 홍보에만 치중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7일 민원서류 발급 등 대국민 민원 서비스가 중단된 날에도 이 장관은 미국 출장 중이었다. ‘디지털 정부’ 성과를 홍보하고 디지털 정부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출장이었으니, 이런 망신이 없다. 부랴부랴 귀국해 20일 영국 출장도 취소한다던 이 장관은 하루가 지나자 슬그머니 출장을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동행 일정으로, 영국 정부와 디지털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맺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행사에 반드시 이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외교적 결례가 되지 않도록 상대국에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은가. 국내에서 재난급 행정망 중단 사고가 벌어졌는데 디지털 국제협력 한다며 대통령 쫓아가는 주무장관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줘야 하나. 정부는 어떤 문제로 전산망 오류를 일으킨 것인지 원인도 밝히지 못한 상태다.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 주무장관은 없었다. 지금 장관이 있어야 할 자리가 영국인가. 23일로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도 고기동 행안부 차관이 대신 참석하게 됐다. 그래서 이 장관이 불편한 자리를 차관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초지일관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해왔다. 주무장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22일 각 읍·면·동 주민센터에선 과부하로 민원서류 발급이 20여분간 지연되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사고 원인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행정망 마비는 역대 정부의 누적된 문제”라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재난 때마다 책임을 지거나 제대로 수습하기보다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리거나 남탓 하기 바쁘다. 이런 태도 때문에 또 다른 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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