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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과표’ 낮춰 깎기 바쁜 종부세, 누더기 돼가는 보유세제

등록 2023-11-21 18:32수정 2023-11-22 02:43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21일 밝혔다. 정부는 앞서 올해 공시가격 산정에서 문재인 정부 때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적용을 보류하고, 3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시세 반영률을 낮춘 바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 69%인데, 내년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에 곱해 과세표준액을 산출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전에 비해 크게 낮춘 올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보유세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이미 대폭 낮췄다.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올리고, 2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폐지하고, 세부담 상한선도 낮췄다. 2021년 95%를 적용하고 지난해 100%로 올릴 예정이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로 낮췄다. 이런 조처로 2022년 6조7988억원에 이르던 종부세 세수가 올해 4조7천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종부세 세수는 4조1098억원으로 2022년에 견줘 40%나 줄어든다.

정부는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를 한시적 조처에 그치지 않고, 문재인 정부 시절 수립하고 이행 중이던 상향 계획 자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 때 내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90%까지 높여 가기로 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21일 밝혔다. 투기적 목적의 부동산 소유를 억제하자는 취지에서 추진해온 ‘보유세 강화’ 제도를 모두 무력화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보유세제가 널 뛰듯 바뀌는 것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태가 오래가는 것도 좋지 않다. 정부가 법률 개정을 거치지 않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 인하로 과세표준을 낮춰 보유세를 대폭 깎아주는 것도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가계부채가 위험수위까지 차오른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부동산 투기 유인을 낮추면서 공정 과세를 실현할 수 있도록 보유세제를 재정비하기 위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표 모으기를 위한 감세에만 매달리는 것도, 야당이 표를 잃을까 봐 침묵하는 것도 모두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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