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 카이스트 국제교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 우수 외국인 인재 유치 및 정착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부쩍 정치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한 장관이 검찰의 정치적 수사를 비판하는 야당에 맞서 날을 세워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역시 이전 장관들에게선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어서 ‘정치인처럼 행동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런데 최근 행보에서는 한 장관 개인의 정치적 목적이 노골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장관직을 이용해 정치 활동을 한다는 의구심을 일으키는 행동은 삼가는 게 공직자의 도리다.
한 장관은 지난 17일 범죄피해자 심리치유 기관 등을 방문하기 위해 대구에 갔다. 정책 현장방문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의 언행이 법무부 장관이라기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웠다. 한 장관은 대구 방문에서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왔다”며 “대구 시민들이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또 기차표를 취소하면서까지 3시간여 동안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지방 유세를 하는 정치인을 방불케 한다.
21일에는 대전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평가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뒤 카이스트를 찾았다. 법무부 업무 영역과 연결되는 과학기술인력 비자 문제를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집중적인 현장방문과 그곳에서 내놓는 메시지를 보면 의도적인 일정이라는 의구심이 갈수록 커진다. 오는 24일 조선업 숙련기능인력 도입 및 과학기술인재 유치를 명목으로 울산을 방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장관은 대전 방문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를 겨냥한 정치 공세 발언을 이어갔다. 지지자들의 연호와 사인 공세도 이어졌다.
여권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이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이다. 누구라도 한 장관의 최근 행보가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 아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을 다문 채 “제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는 말로 눙치는 것은 국민을 너무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다.
공직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의 자리다. 국민이 위임하고 공공의 자산으로 뒷받침되는 공직을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데 활용해서는 안 된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의 위상에 비춰 보면 한 장관의 정치 행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부채질하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 정치에 뛰어들 요량이라면 당장 장관직부터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