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 중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보수 성향의 종합편성채널과 언론단체 등에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한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조사하는 기구다. 선거방송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면 방송법에 따른 제재 조치를 의결할 수도 있다. 심의위가 친정부 인사 위주로 꾸려질 경우, 정부·여당이 불편해하는 보도물이 제재의 타깃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방심위의 편향적인 추천 의뢰가 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6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방심위는 지난 2일까지 복수의 추천 기관으로부터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을 받았다. 심의위는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국회 교섭단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방송사, 방송학계, 언론인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을 받는다. 한겨레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현황’ 자료를 보면, 방심위는 방송사 몫(1명) 심의위원을 티브이조선·제이티비시(JTBC)·채널에이(A)·엠비엔(MBN) 등 종편 4사와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에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한곳도 없었다.
방송학계 몫 심의위원은 한국언론학회와 같은 권위 있는 학술단체들을 제치고 한국미디어정책학회라는 신생 학회에 추천권이 돌아갔다. 이 학회는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어 편향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방송기자연합회나 한국기자협회가 추천해온 언론인단체 몫도 일부 방송사 간부급 기자들의 모임인 한국방송기자클럽에, 시민단체 몫은 설립된 지 1년 된 보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에 추천권을 줬다. 선거방송심의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은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할 때 추천 단체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방심위의 추천 단체 선정이 이런 규정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선거방송심의위는 과반수 찬성으로 제재 등을 의결한다. 친정부 성향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할 경우, 심의의 잣대가 여권에 유리하게 굽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거방송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구를 편향적으로 구성한다면 그 심의의 공정성을 누가 인정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