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는 임시금융위원회 의결 내용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와 여당이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김포의 서울 편입 방안과 카카오·은행 때리기에 이어 공매도 금지까지 꺼내 들었다. 국민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고려와 토론 없이 임시변통식 대중영합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방침을 발표했다. 공매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전면 금지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세차례에 불과하다. 모두 외부 요인으로 주가 급락이 우려되자 일시적으로 취한 조처다. 이번처럼 외부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투자자들이 영향받는 주요 정책을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공매도 한시적 전면 금지 결정 이유는 최근 적발된 외국계 투자은행 2곳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2000년 공매도한 주식의 미결제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법화했다. 전면 금지의 사유로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옹색하다.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려면 아직도 수기로 작성하는 매도 주문을 자동화하고, 적발시 처벌 수위를 강화하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해왔다. 공매도가 시장 조성과 외국인 투자자 유입에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또 주가의 과열을 막고, 특정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의 표출을 자유롭게 하며, 작전세력에 의해 이상 급등하는 종목을 발견하는 등의 순기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공매도 담보비율과 상환기간 설정에서 개인과 기관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을 시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과 불만을 정부가 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는 압박성 발언이 잇따르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경제 정책을 이런 식으로 운용해도 되는 것인가.
이번 조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것으로, 그동안 우리 정부와 업계가 공들여왔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의 국제 신뢰도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총선에 도움만 된다면 뭣이라도 할 기세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