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쫓아내기 위해 감사원이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사의 발단이 된 제보가 대통령실을 통해 감사원에 전달됐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감사원 압수수색 영장에 ‘지난해 7월 권익위 관계자가 전 전 위원장 관련 내용을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제보했고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를 전달받은 뒤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감사에 착수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무리한 찍어내기 감사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다는 구체적 정황인 셈이다. 철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감사원이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1년여 동안 진행하고도 뚜렷한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고, 그 결과 감사위원회의가 ‘불문’ 처리 결정을 했음에도 무리하게 검찰에 수사 의뢰까지 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공수처도 압수수색 영장에 ‘감사원이 관련 제보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전 전 위원장을 사퇴시킬 목적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며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에게 무고 혐의를 적용했다. 또 이들이 지난해 8월 권익위 쪽에 ‘전 전 위원장 등이 사퇴하면 감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영장에 포함됐다. 표적 감사의 정황이 갈수록 농후해지고 있다.
감사원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뒀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현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감사에 몰두하면서 ‘정권의 돌격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재해 원장은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놀라운 발언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현희 전 위원장 표적 감사 과정에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동안의 대대적 감사가 결국 ‘정치 감사’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그동안 감사원이 보여준 행태를 돌아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감사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으로부터 직무상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기관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감사원 업무에 관해서는 (대통령실이) 관여하는 것은 법에도 안 맞고 또 그런 무리를 할 필요도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를 거슬러 대통령실과 감사원이 정치 감사를 합작했다면 심각한 국기문란 사안이다. 공수처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엄정한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여러 차례 출석 통보에 불응하고 있는 유병호 사무총장에 대한 조사도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