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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평고속도로 재추진 원희룡 장관, 백지화 사과부터 해야

등록 2023-10-06 18:00수정 2023-10-06 18:58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의 김건희 여사 일가 땅과 남양평 나들목(IC). 김혜윤 기자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의 김건희 여사 일가 땅과 남양평 나들목(IC). 김혜윤 기자

국토교통부가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강상면 종점) 노선의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 결과를 내놨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원안(양서면 종점)보다 0.1포인트 높은 0.83으로 대안이 더 경제성 있다는 주장이다. 다음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종점안 관철을 위해 밑밥을 까는 모양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1조8천억원짜리 국책사업을 제멋대로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이제 와 은근슬쩍 경제성 분석 자료를 들이밀며 재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행태를 보인다. 원 장관이 백지화 선언을 공식 철회한 적이 없는데, 비용 분석은 계속해왔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애초부터 백지화가 가능하지도 않고 백지화할 생각도 없었는데, 국민들을 볼모로 협박한 셈이다. 충격요법으로 공세를 일단 돌려놓고, 시간을 벌어가며 기존안 대신 김 여사 땅이 있는 강상면안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를 애초부터 갖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건가. 도대체 누굴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 장관은 그동안 수시로 말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이 사과해야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가, 양평군 간담회에선 “고속도로를 최대한 빨리 놓겠다”고 했다. 동시에 여러 패를 쥐고 흔들어 무엇이 쟁점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들었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재추진을 하더라도 해야 할 텐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려 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닷새 앞두고 내놓은 비용편익 분석값은 깊이 따져볼 가치조차 없다. 분석 주체인 국토부와 용역업체 경동엔지니어링이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김 여사 일가 땅으로 종점이 가도록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일의 순서는 백지화 선언에 대한 원 장관의 사과가 가장 먼저여야 하고, 그다음에는 애초 노선이 강상면으로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어져야 한다. 이 두가지 단계를 건너뛰어서는 어떤 일도 제대로 진척될 수 없다. 국토부와 용역업체는 얼렁뚱땅 ‘강상면 종점안’ 홍보 작업을 할 게 아니라, 국회 국정조사나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잼버리 사태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이슈가 이슈를 덮는 형국이 지속되면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철저히 진상을 밝히는 게 오히려 사업 재추진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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