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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강제동원 왜곡 심해진 ‘군함도’ 전시, 동조만 하는 정부

등록 2023-09-20 18:19수정 2023-09-21 02:41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정보센터’ 내부에 조선인 강제노동으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시돼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 제공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정보센터’ 내부에 조선인 강제노동으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시돼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 제공

일본이 군함도(하시마 탄광)에서의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지우려는 왜곡이 더욱 교묘해졌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와 한 약속은 사문화되고 있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으로 일본의 책임을 모두 면제해준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만 기다리며 동조하고 있다.

한겨레 특파원이 20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찾아가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전시 내용이 여럿 추가된 것을 확인했다. ‘군함도’를 비롯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과 관계없는 조선소의 한 조선인 노동자 월급봉투를 전시하고, ‘조선인 노동자의 대우가 좋았다’고 눈속임했다. 조선인 강제동원과 가혹한 노동환경, 차별을 알리는 내용은 거의 없고,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증언은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크게 전시돼 있다. 그나마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해 추가된 내용은 정보무늬(QR코드)를 찍으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대표가 “한국인 강제 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하는 영어 발언 영상을 볼 수 있는 정도다.

일본은 이런 부분을 부각해 유네스코 위원들에게 공을 들였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15일 일본의 최근 대응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약속을 계속해서 이행”하라는 결정문을 냈다. 지난번 회의에서는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을 지적하며 일본에 이례적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했는데, 이번에는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훨씬 교묘해지고 심해졌지만, 유네스코가 일본의 조처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한-일 관계 개선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일본 언론들도 보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한국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뜻을 무시하고, 일본 가해기업의 채무를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사이, 일본은 ‘군함도’에 이어 조선인 1500여명이 강제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정부가 외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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