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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커피 타준 검사’ 틀렸다고 “폐간” 운운, 언론 겁박하나

등록 2023-09-10 18:15수정 2023-09-11 02:39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대선 때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에 대해 “국기를 흔드는 악의적 사고를 일으키는” 보도라며 “언론사의 존폐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터뷰 내용을 후속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흉기” 운운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라고 매도했다. 취재·보도의 흠결을 트집 잡아 대선 후보에 대한 정당한 검증 보도를 “사형” “폐간” 등의 막말로 겁박하다니,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만배 인터뷰’ 관련 보도에 대해 “(대통령) 당선자를 바꿀 수도 있었을 만큼의 엄청난 충격을 줬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짜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참으로 황당한 궤변이다. 당시 언론들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때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사업 관련 대출 브로커를 조사하고도 왜 처벌하지 않았는지에 있다. 이 브로커에게 ‘커피 타준 검사’가 누구였는지는 곁가지일 뿐이다.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었고, 그와 각별한 관계였던 박영수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의 변호사였다.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커피 타준 검사’가 윤 대통령이 아니었다는 사소한 흠결을 들어 폐간 운운하며 협박하다니, 이 위원장은 어디 독재국가에서 살다 왔는가.

문제는 집권여당 대표와 방통위원장의 막말이 단순한 겁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인 지난 8일 방송·통신 내용을 심의·제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정민영 위원을 해촉해 여권 우위 구도로 바꿔놨다. 이어 여당 몫 류희림 위원을 위원장에 호선했다. 그는 언론노조가 2017년 발표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50인’에 오른 인물이다. 또 검찰은 검사 10여명 규모로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란 것을 구성해 전방위 수사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김만배 인터뷰’ 보도와 관련해 뉴스타파와 문화방송(MBC) 기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여당이 마치 군사작전 하듯 일사불란하게 비판적 언론을 옥죄고 겁주는 데 나서고 있다. 서민들은 고물가·고금리에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부·여당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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