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사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사면했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김 전 구청장이 공익신고자라는 이유로 사면했다지만, 법원은 그의 행위를 공익신고가 아닌 “범행 동기가 좋지 않은” 범죄라고 판결했다. 아무리 사면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지만, 이렇게 법원 판결을 무시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14일 김 전 구청장 사면 이유에 대해 “내부 고발자 입장에 서서 고발했던 사건들의 수사 및 재판 과정이 있었고, 유죄로 확정된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보다 공익신고자로 본다는 점을 더 중시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구청장이 비위 혐의로 감찰을 받던 중에 내부 고발에 나선 사실을 들어, “폭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의 누설 동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엿보이고, 객관적 사실에 추측을 더해 전체를 진실인 양 언론에 제보했다”고 판결했다. 김 전 구청장이 사적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공익신고를 가장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수사기관 고발이나 감사원 제보 등 이미 마련된 제도적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관련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언론에 우선 제보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구청장은 대법 확정 판결 뒤 자신의 유죄 판결을 “김명수 사법부” 탓으로 돌렸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대법 판결은 대법원장이 참여하지 않는 소부(대법원 1부)에서 내려졌고, 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했다. 이처럼 억측을 일삼는 비위 정치인을 버젓이 사면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김 전 구청장은 사면이 발표되자마자, “다시 강서구로 돌아가겠다”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의 잘못으로 불필요한 세금을 낭비하게 된 사태를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면으로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적 화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에는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이 확정된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도 포함됐다. 그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려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받았다. 이런 사면에 국가적 화합을 운운하다니.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