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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법원 판결 무시한 김태우 사면에 ‘사회갈등 해소’라니

등록 2023-08-14 18:03수정 2023-08-15 09:50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사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사면했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김 전 구청장이 공익신고자라는 이유로 사면했다지만, 법원은 그의 행위를 공익신고가 아닌 “범행 동기가 좋지 않은” 범죄라고 판결했다. 아무리 사면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지만, 이렇게 법원 판결을 무시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14일 김 전 구청장 사면 이유에 대해 “내부 고발자 입장에 서서 고발했던 사건들의 수사 및 재판 과정이 있었고, 유죄로 확정된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보다 공익신고자로 본다는 점을 더 중시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구청장이 비위 혐의로 감찰을 받던 중에 내부 고발에 나선 사실을 들어, “폭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의 누설 동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엿보이고, 객관적 사실에 추측을 더해 전체를 진실인 양 언론에 제보했다”고 판결했다. 김 전 구청장이 사적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공익신고를 가장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수사기관 고발이나 감사원 제보 등 이미 마련된 제도적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관련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언론에 우선 제보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구청장은 대법 확정 판결 뒤 자신의 유죄 판결을 “김명수 사법부” 탓으로 돌렸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대법 판결은 대법원장이 참여하지 않는 소부(대법원 1부)에서 내려졌고, 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했다. 이처럼 억측을 일삼는 비위 정치인을 버젓이 사면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김 전 구청장은 사면이 발표되자마자, “다시 강서구로 돌아가겠다”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의 잘못으로 불필요한 세금을 낭비하게 된 사태를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면으로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적 화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에는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이 확정된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도 포함됐다. 그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려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받았다. 이런 사면에 국가적 화합을 운운하다니.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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