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교사와 시민들이 참석해 한 교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지난 29일 3만명의 일선 교사들이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서울 한복판에 모였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것이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땡볕에 교사들을 아스팔트 위로 내몬 현실이 안타깝다.
교사들이 밝힌 교육 현장의 실태는 선뜻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학생을 따로 불러서 지도하면 공포감을 줘 아동학대, 다른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지적하면 수치심을 줘 아동학대라고 한다.” “신입 교사에게 오래 일하려면 혼내지 마세요, 못 본 척하세요 같은 못난 조언을 건네는 상황이 슬프다.” 모두 듣는 귀를 의심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약한 고리인 특수학교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전남의 한 특수학교 교사는 “맞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물리고, 꼬집히고, 할퀴이고, 찔리는 일이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다. (헬렌 켈러의) 설리번 선생님이 요즘 대한민국에 있었다면, 아동학대로 고발돼 헬렌 켈러라는 위인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가슴 아픈 현실을 고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끼는 것은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공개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공립 초·중·고교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는 100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제일 많다. 이는 이번 사례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교육당국은 대체 뭘 하고 있었나.
교사들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교사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최근 공개한 설문조사(1만4450명 대상)를 보면, ‘교육청·관리자 등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한 교사가 30% 가까이 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서도 교권침해에 ‘혼자 해결’(32.7%)하거나, 그냥 ‘참는 경우’(19%)가 절반을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은 개인 보험(교권보험)에 가입해 각자도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에 출석해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할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말만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