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혁신위의 활동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수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의원들의 추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 혁신위를 꾸릴 때는 뼈를 깎는 쇄신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하다가 첫걸음부터 주춤하는 모양새다.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상 제도다. 정권의 탄압에 대비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갖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국회의원들의 ‘특권’으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이 불체포특권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혁신위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이를 개인의 ‘방패막이’로 삼지 않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서약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미 대선 때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소속 의원들을 검찰의 야당 탄압에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방탄 국회’를 열어 논란을 자초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걱정하는 바를 모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검찰이 언급한 ‘돈봉투 연루 의원 20명’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치적 탄압인지, 사법적 잘못인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만일 윤석열 정권이 야당 의원들을 향한 먼지털기식 체포, 구금을 남발할 경우 오히려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 등으로 신뢰의 위기에 빠진 민주당은 ‘재창당의 각오’를 언급하며 지난달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한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혁신위의 1호 제안이 나온 이래 20여일 만에 가까스로 공식 안건으로 부쳐졌고 사실상 거부됐다. 선언적 의미가 강한 1호 제안부터 못 받아들이면 이후 혁신위가 어떻게 힘을 받겠는가.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쇄신안을 안 받으면 민주당이 망한다”며 절박감을 강조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등으로 14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꼼짝도 않는다.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민주당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 31명은 이날 따로 성명을 내어 불체포특권 포기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8일 본회의를 앞두고 혁신안을 재논의한다. 깊은 숙고가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