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북한이 미군 정찰기가 북한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무단 침범했다며 “또다시 침범하면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10~11일 이틀 사이 국방성 대변인 담화와 두번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잇따라 내어 이런 주장을 했다. 그러나 국제법상 배타적경제수역은 영해와 달리 무해통항권(선박 등이 연안국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 자유로이 통항할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되는 해역이어서, 북한의 ‘무단 침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북한이 배타적경제수역을 영공 침범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한 일종의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급작스럽고 일방적인 군사 구역 설정과 무력 대응 주장은 우발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북한은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협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북한이 왜 그동안 한번도 거론한 적이 없던 ‘경제수역 침범’을 들고나와 미군의 정기적 정찰 활동을 문제 삼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부에선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며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정전협정 70주년(7·27)을 앞둔 시점이라는 데 주목한다. 북한군은 하계훈련에 돌입했고, 다음달엔 한·미 연합훈련도 시작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미군 침범과 맞대응을 거론해 내부를 결속하고 한·미의 정찰 등 군사 활동을 억제하려는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남북관계, 북-미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북한이 무모한 긴장 조성 시도를 멈춰야 한다. 북한이 국제법마저 무시한 위협을 한다고 한·미가 통상적 정찰 활동을 멈출 리 없다는 건 북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 합참은 “정상적인 비행 활동”이라고 북한 주장을 일축했다.
한·미의 냉철한 대응도 중요하다. 일차적으로는 북한의 위협이 실제 도발과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충돌은 사전에 예방하는 게 가장 국익에 부합한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 담화에서 처음으로 남쪽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것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그동안 민족 내부 관계로 규정해온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한다는 신호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달라진 메시지를 냉정하게 읽고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