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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여정, 9시간 만에 두 번째 담화…“미군 위태로움 경험할 것”

등록 2023-07-11 09:35수정 2023-07-11 09:54

연일 ‘미 정찰기’ 관련 담화 발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11일 “반복되는 무단 침범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이른 아침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 행동을 이미 예고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10일 밤 9시께 미군 정찰기가 강원도 고성 동쪽 400km 해상 상공에서 북쪽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며 “또다시 침범하면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사실상 같은 대미 신호를 담은 담화를 9시간 만에 다시 발표한 셈이다. 10일 아침 국방성 대변인 담화까지 포함하면 이틀 사이 세 차례 대미 담화 발표다.

북쪽이 동해 쪽 미군의 정찰 비행을 두고 연일 ‘군사적 대응’을 예고하는 대미 담화를 내놓으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다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북한과 한-미 양쪽의 의견이 갈려 ‘말싸움’도 당분간 뜨거워질 듯하다.

김 부부장은 11일 담화에서 “지난 10일 미공군 전략정찰기는 5시15분부터 13시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km~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km 해상상공에서 조선동해 우리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 침범하며 공중정탐행위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이는 “오늘 새벽 5시경부터도 미공군 전략정찰기는 또다시 울진 동쪽 270여km~통천 동쪽 430km 해상 상공에서 우리측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고 밝힌 전날 담화를 더 상세히 풀어쓴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자신의 전날 담화에 대해 “한미 동맹의 공해 상공에서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이라고 반박한 합동참모본부를 겨냥해 “‘대한민국’의 군부 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미국 간첩 비행기들이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하곤 하는 우리 경제수역 상공 그 문제의 20~40km 구간에서는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문제의 20~40km 구간”은 2018년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서 ‘적대 행위 중지 구역’으로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 기준 남북 각 40km)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미공군 정찰기가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육지의 군사분계선(MDL)을 동해 쪽으로 연장한 북방한계선(NLL)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전협정은 육상 분계선(MDL)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해상군사분계선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김 부부장의 이런 주장은 10일 이른 아침 북쪽 국방성이 대변인 담화로 “조선 동해에서 몇차례나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영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소 다른 주장이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0일 이른 아침 담화에서 “올해 들어와 미국은 고공전략정찰기와 무인정찰기들을 군사분계선 가까이에로 북상시켜 비행시키는 등 도발적인 정보 수집에 광분하고 있다”며 “미국은 1969년 ‘EC-121’ 간첩 비행기와 1994년 군사분계선 우리측 지역에 침입한 자국 정찰 직승기가 어떤 비극적 운명을 당했는지 그리고 2003년 3월 전략정찰기 ‘RC-135’가 어떤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지를 다시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군 비행기의 ‘영공 침범’을 이유로 격추한 선례를 거론하며 ‘격추’ 주장이 빈말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 1969년 4월15일 일본 아쓰기 해군기지를 이륙한 미 해군 소속 ‘EC-121’ 조기경보기가 동해상에서 북한 미그-21기의 공격을 받아 청진에서 167 km 떨어진 바다에 추락해 승무원 31명 전원이 숨졌다. 당시 ‘EC-121’기의 영공 침범 여부를 두고 북한과 미국의 주장이 맞섰다. 냉전기 북-미 군사적 충돌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94년 12월17일엔 주한미군 OH-58 헬리콥터가 조종 실수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북한군의 대공무기 공격으로 격추당했다. 사건 직후 북-미는 협상을 벌였고 당시 방북 중이던 빌 리처드슨 하원의원이 생존 조종사 1명과 사망 조종사 1명의 유해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남쪽으로 돌아왔다.

합참은 북한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 대해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10일 밤 김여정 부부장 담화 직후엔 “한미 동맹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에 대한 북측의 행동으로 초래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북측에 있다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되받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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