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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문회·장관 허수아비 만든 ‘용산 낙하산’ 차관 인사

등록 2023-06-29 18:09수정 2023-06-30 02:11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장관급과 차관 인사 개편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장관급과 차관 인사 개편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큰 폭의 장차관 인사를 발표했다. 인원수로는 15명이나 되지만 장관급은 통일부 장관과 국민권익위원장뿐이어서 차관 인사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런데 새로 임명한 11개 부처 차관 12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을 대통령 비서실 출신으로 채웠다. 이렇게 한꺼번에 대규모로 ‘대통령표 차관’을 각 부처에 심는 인사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실 출신 면면을 보면, 김오진 관리비서관과 백원국 국토비서관이 나란히 국토교통부 1·2차관에 임명됐다. 또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이 환경부 차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이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나가게 됐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에 임명된 강경성 전 산업정책비서관까지 포함하면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은 차관이 벌써 6명이나 된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 취지를 ‘국정 장악력 제고’, ‘개혁을 위한 전진 배치’라고 설명했다. “집권 2년차에 개혁 동력도 얻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각 부처에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관 교체라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맞다. 부처를 책임질 적임자인지 여부를 국회에서, 국민 앞에 검증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녹록지 않으니 장관 대신 차관 교체라는 꼼수를 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 비서관 출신’ 차관은 각 부처에서 곧바로 실세로 군림할 것이 뻔하다. 윤 대통령은 인사 발표 전날인 28일 이들만 따로 모아 저녁을 같이하며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그런 실세 차관은 국무위원인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십상이다. 장관 이하 모두가 차관의 눈치와 동태를 살피는 부처는 그 자체로 비정상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윤 대통령이 “차관들로부터 직접 현안보고를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젠 각 부처를 ‘하명 수행기관’으로 만들 셈인가.

이번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은 ‘책임총리·장관제’라는 대선 공약을 스스로 파기한 셈이 됐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권이 같은 공약을 하고도 지키지 않았다며 자신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그래서 인수위 보고서에도 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인사에서는 ‘낙하산 차관제’를 확대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라는 국회의 정부 견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 기본틀마저 허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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