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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발부터 삐걱댄 민주당 혁신위, 사태 원인 돌아보라

등록 2023-06-05 20:02수정 2023-06-06 10:20

더불어민주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외부 인사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5일 임명됐으나, 논란이 일자 당일 스스로 물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외부 인사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5일 임명됐으나, 논란이 일자 당일 스스로 물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5일 당 혁신기구 수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했다가 과거 발언 등으로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이 이사장이 임명 9시간 만에 당일 사퇴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이사장은 이날 저녁 6시55분 언론 공지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며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통해 이 이사장이 당 혁신기구를 맡아 이끌 책임자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으로 도덕성 위기를 맞은 민주당은 혁신기구를 통해 전면적 쇄신 방안을 내놓기로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이 과거 이재명 대표를 적극적으로 옹호해 친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되는데다, 과거 발언이 알려지면서 곧바로 당 안팎에서 거친 반응이 나왔다. 이 이사장이 친명계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비명계를 중심으로 일었다.

특히 “자폭된 천안함 사건” 등 이 이사장 발언 일부가 논란을 더했다. 민주당은 “본인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쉽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내에서 임명 철회 요구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더 커질 움직임을 보이자, 이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의 명운이 걸린 혁신 작업이 위원장 임명에서부터 삐걱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대표는 “재창당의 각오로 근본적 반성과 본격적 쇄신에 나서겠다”는 다짐이 무색하지 않도록, 당 안팎의 우려를 깊이 새겨야 한다.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이 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에서도 당내 의견 수렴에 좀 더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혁신위가 당내 분란을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분란을 야기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민주당 혁신위원장을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이 이사장도 몇차례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위는 서둘러 출범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당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신속보다 신중을 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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