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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권 돌격대’ 감사원 나서면 국민 신뢰 받을 수 있겠나

등록 2023-06-04 18:11수정 2023-06-05 02:40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 착석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위원회의에서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 수용 여부를 논의하고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 착석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위원회의에서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 수용 여부를 논의하고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일 헌법 정신을 앞세워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뒤 사흘째 여권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국민의힘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선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 “조직 이기주의”(윤재옥 원내대표)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관위가 썩은 내 진동하는 ‘자녀 특혜채용’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동시에 과연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체제의 현 감사원이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을 담당할 자격과 권위를 가진 기관이라고 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을 찍어내고 전 정부의 각종 정책 결정에까지 무리하게 ‘정치 감사’ 칼날을 휘두르는 ‘정권의 돌격대’로 기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일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먼지털기’ 감찰을 10개월이나 이어왔음에도 ‘책임을 물을 게 없다’는 감사위원회의 결론이 나왔다. 신뢰도 능력도 망가진 감사원의 현주소를 웅변한다.

이런 감사원이 나서봐야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기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정권의 선관위 장악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의구심만 키울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을 ‘행정기관의 직무’로 한정한 헌법 97조, 선관위를 행정부 밖에 별도 합의기구로 두도록 한 헌법 114조를 들어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반면 감사원은 ‘국회·법원·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을 감찰 대상으로 둔다는 감사원법 24조를 근거로 들고 있다. 선거관리 기구를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구성·운영하도록 한 헌법 정신에 비춰 판단하는 게 옳다.

선관위는 지난 2일 국회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경찰 수사 등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 내 독립기구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국회가 신속하게 국정조사를 통해 부패 전모를 규명하고 제도적 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도 이제 거취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당장은 정치적 외풍을 막는 역할도 요구받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계속 정치·도의적 책임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신속히 쇄신 목표와 일정을 밝히고 거취도 분명하게 못박는 것이 공직자로서 바른 처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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