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월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다음날 ‘김여정 담화’를 발표해 이른 시일 안에 재발사를 통해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미가 북한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능력을 가진 반면, 북한은 군사위성이 없는 상황을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북한이 전술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며 선제타격까지 위협해온 상황에서 군사위성 발사를 거듭 강행한다면 한반도 긴장은 계속 고조될 수밖에 없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일 담화에서 전날의 정찰위성 발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확언하건대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담화는 “지금 이 시각도 조선반도 상공에 숱한 정찰위성들과 고고도무인정찰기 등 형형색색의 정찰자산들을 꽉 채워놓고 눈이 빠지도록 우리의 일거일동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을 비난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북한의 자위권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31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유엔 안보리는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결의 1874호’를 통과시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하고 있다. 김여정 담화가 이 결의를 “우리 국가의 우주 이용 권리를 심히 침해하고 부당하게 억압하는 날강도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외면하고, 핵·미사일 고도화를 강행한 것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속 추진하면, 한반도의 ‘강 대 강’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이 한·미·일의 군사적 움직임을 공중에서 들여다보며 핵·미사일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2021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로 설정하고, 개발을 서둘러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은 연락 채널마저 단절되어 있고, 한국과 미국 모두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출 뿐 북핵 문제 해결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31일 아침 서울시의 위급재난문자를 받고 전쟁 위험을 떠올린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북한은 더이상 한반도 상황을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정찰위성 발사를 멈춰야 하고, 정부도 북한, 중국과의 대화로 외교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안보 태세 강화와 대화·외교의 투 트랙만이 위기의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