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해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재계 이익단체로서 권력과 부정한 거래를 맡아온 역사적 죄과 탓에 존립이 위태로워진 지경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바꾸고 외형을 조금 바꾼다고 전세계에 유일한 경제권력 ‘재벌의 이익단체’라는 특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가치 확산’ 등 4대 혁신 방향과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부당한 외압을 차단한다’ 등 6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김 대행은 “전경련이 그동안 시장과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한 채 정부와 관계에만 치중하며 역사의 흐름을 놓치고 있었다”며 “그 결과 ‘미르 사태’와 같은 일을 겪은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1961년 전경련의 전신으로 출범한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김 대행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한 정치권 출신 인사로 지난 2월 취임해 8월 하순까지 6개월간 전경련을 이끈다. 대통령의 방일·방미 때 전경련 주도로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등 전경련의 입지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은 애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단체였고, 그 부정적 구실의 일부라도 되살아나서는 안 될 조직임을 망각하고 있다.
하나하나가 이미 막강한 경제권력인 재벌·대기업이 집단을 이뤄 이익을 수호하는 일이 세계 어디에 또 있는가. 일본에 있던 경단련(게이단렌)은 이미 21년 전 사용자단체인 일경련(닛케이렌)과 통합하는 방식으로 이름만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김 대행은 한국경제인협회가 ‘경국제민’을 표방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름만 그럴 뿐 이 단체는 5·16 군사쿠데타 당시 부정축재자로 쫓기고 있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군부와 연결창구로 만든 것이다. 전경련은 과거의 정경유착을 ‘부당한 외압’의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이익을 추구한 부정한 거래였음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전경련은 2011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허창수 지에스(GS)건설 회장이 2월에 물러나고 후임을 뽑지 못한 채 여권 출신 김 대행을 뒷배로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이미 역사적 시효가 다한 조직이다. 부끄러운 페이지를 덧붙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