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주에서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43돌 기념식에 의원 대부분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명백한 오보”라며 “이번 기념식을 통해 윤 대통령이 호남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2년 연속 기념식에 대거 참석해 5·18 정신을 기리기로 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1년에 한번 기념식 참석으로 5·18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을 다한다고 여겨선 안 된다. 오히려 기념식에선 5·18의 의미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로는 5·18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태를 되풀이하면 더 큰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한해 동안 여권이 보인 모습이 그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기념식에서 “오월의 정신은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책임 있게 계승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크게 따라 불렀다. 그런데 정작 이후 인사와 정책에선 말과는 달리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극우 세력의 ‘가짜 뉴스’로 드러난 ‘북한군 5·18 개입설’을 주장한 김광동씨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앉혔다. 5·18 관련 단체들이 임명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국민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망발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이라고 비웃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징계를 미뤘다.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등 보수 내부와 관련된 망언이 이어지고서야 뒤늦게 징계했다. 또 올해 교육부가 새로 고시한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이전 교육과정에 있던 ‘5·18 민주화운동’이란 용어를 일제히 삭제했다. 이처럼 말과 행동이 다르니 “5·18 정신을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싸구려 정치 상품으로 다루지 말라”(전국비상시국회의 추진위)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권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보여주기식 기념식 참석으로 호남 민심을 달래보겠다는 얕은 생각 따윈 버리고, ‘김광동 경질’ 등으로 퇴행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이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협의에도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