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나오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의 회식 사진이 7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6일 밤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 앞에 검은색 승용차들이 도로 한쪽 차선을 차지한 채 늘어서 있고, 양복 입은 중년 남성들이 식당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장면이 인근 시민들의 카메라에 포착돼 퍼진 것이다. 사진만 보면, 인근 회사원들의 회식 장면 같다. 또 일렬로 도열한 채 차례로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때문에 매우 권위적으로 비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벡스코 컨벤션센터에서 제4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중앙지방협력회의에는 국무총리와 주요 부처 장관들, 시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해 부산을 찾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환송 만찬에 잠시 들른 뒤, 장관·지사들과 함께 별도로 인근 횟집에서 비공개 만찬 자리를 가진 것이다.
사진 속에는 식사 자리가 끝난 뒤, 수십명의 정부 인사들이 식당 앞 인도를 가득 메우고 서성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웃음기 띤 흥겨운 모습으로 비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지역구가 이 지역 부산 사상구인 ‘윤핵관’ 중에서도 최고 실세라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최근 산불 사태 와중에 골프연습장을 찾았던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술자리로 물의를 빚었던 김영환 충북도지사도 있다. 이 만찬 사진이 논란을 빚자 대통령실은 “만찬장에는 야당 출신 시도지사들도 함께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여야가 같이 노력하기로 했다”며 “사진이 만찬을 비판하는 듯한 글에 이용돼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억울해할 만한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왜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술자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윤 대통령만큼 술과 관련된 구설을 국민들에게 이처럼 많이 전한 대통령은 없었다. 대통령은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일정이 빡빡해 술을 삼가는 경우가 많았고, 술을 마시더라도 외부에 노출시키진 않았다. 또 이날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비판이 일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그만큼 차가운 것이다. 또 장관·지사들이 즐비한 장면이 그대로 외부에 찍힐 정도였다는 점은 경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가안보적으로도 북한 미사일, 미-중 군사 갈등 등 살얼음판이다. 13개월 연속 무역적자 등 한국 경제도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오픈된 장소에서 장관·지사들과 술자리를 벌인 장면을 그대로 드러내도 될만큼 여유로운 때는 아닌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