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총수입(617조8천억원)에서 총지출(682조4천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64조6천억원 적자였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수준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국민·사학연금, 산재·고용보험)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17조원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회계연도의 112조원을 넘어선 수치다. 지디피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4%로 더 나빠졌다.
재정적자가 늘었다고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손실지원금 등 우발적 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건 올해 이후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도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 감세’를 통해 세수 확보 기반을 허무는 모순된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재정 운용은 더욱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1~2월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7천억원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감소여서 세수 결손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장 난 라디오처럼 똑같은 주장만 되뇌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결산보고 보도자료에서 “무분별한 현금지원 사업 등 도덕적 해이와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현금복지는 정치복지”라고 비판한 기조를 답습한 것이다. 도덕적 해이와 재정 누수는 당연히 차단해야겠지만, 새삼스레 얼마나 아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무분별한 현금지원”의 실체는 분명치 않거나 있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부정적인 표현으로 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워 복지 축소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저의가 아닌가 의심된다.
복지를 축소하면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반지하 장애인 일가족 참사를 겪고도 올해 주거 취약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저출생 대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도 재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 복지 사각지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복지에 대한 부당한 선동을 그만두고 세수 결손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