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2년 연속 ‘세수 펑크’(세수 결손)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리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 정부의 건전 재정 목표가 빛바래는 건 물론, 세수 여건 악화로 경제 운용 전반에 차질을 빚은 박근혜 정부의 닮은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세제실은 연초부터 세수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는 것을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년 물가 상승을 고려한 경제 규모와 소득·소비액이 커지는 만큼 세금도 함께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세수가 요즘처럼 아예 뒷걸음질하는 건 주로 경제 위기 때나 벌어지는 일이다.
실제로 1990년 이래 최근까지 30여년 사이 정부의 국세 수입(실적 기준)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1998년과 2009년, 2013년, 2019년, 2020년 등 5차례뿐이다. 외환위기(1998년), 금융위기(2009년), 코로나19 위기(2020년) 등 대부분 우리 경제 전반이 휘청였던 시기다.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최근의 세수 부진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래 2년 내리 세수 결손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해에도 윤 대통령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62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부동산 보유세 감세 등으로 연간 세수가 정부 예산안(추경 기준 396조6천억원)보다 7천억원 덜 걷히는 펑크가 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와 같은 ‘재정 고갈’ 문제가 현 정부 국정 운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규모 감세와 경기 악화가 세수 기반을 허물었다는 점이 과거와 똑같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3년 상반기 17조3천억원 규모 추경(이하 국회 통과 기준)을 편성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직전 이명박 정부의 감세 여파로 세수가 쪼그라든 탓에 추경을 통해 세입 예산을 12조원이나 축소하고 대신 적자 국채를 발행했다. 이런 감액 경정에도 불구하고 그해 국세 수입은 201조9천억원에 그치며 임기 첫해부터 세수 펑크(추경 기준 약 9조원)가 났다.
이듬해인 2014년의 세입 결손 규모는 역대 최대인 10조9천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2015년 들어서야 세수 펑크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이는 그해 11조6천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해 기존 세입 예산을 5조6천억원이나 줄인 덕분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해부터 3년 내리 세수 부족에 시달렸던 셈이다. 당시 재정 악화로 정부의 경기 대응도 꼬일 대로 꼬였다. 정부가 투입할 실탄이 부족했던 까닭에 규제 완화, 민원 해소 등을 통한 기업 투자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세수 부족으로 집행하지 못하고 이듬해로 넘긴 재정 사업 이월액만 2013~2014년 7조8천억원에 이르렀다.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는 결국 애초 약속을 뒤집고 담뱃세 인상,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등 사실상의 증세 정책을 추진했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재정 건전성보다 중요한 건 경제의 건전성”이라며 “정부가 경제가 주저앉는데도 건전 재정을 유지하겠다며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정책 판단 실패를 인정하고 재정을 통해 적절히 경기를 관리해 미래의 재정 적자를 줄이는 쪽으로 노선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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