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이 13일 오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허위로 판명된 ‘북한 개입설’을 버젓이 국회 공개석상에서 되풀이한 것이다. 5·18 희생자들의 명예와 상처는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이런 사람이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화해를 도모하는 기구의 수장으로 버티고 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 2020년 발표한 논문에서 북한군의 5·18 개입설을 ‘가능성 있는 의혹’,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관총 사격을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하는 등 극우 성향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북한군 개입설은 6차례 국가·정부 차원 조사에서 사실무근으로 판명났고, ‘5·18 헬기 사격’은 2018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공식 조사로 확인된 사실인데, 극우 논리를 쫓아 거꾸로 주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5·18 관련 단체들은 임명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그렇다면 깊이 반성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든가, 그러지 못하겠으면 물러나는 게 상식적 처신이다. 그런데 오히려 공식 석상에서 진실화해위원장 타이틀을 달고 똑같은 망언을 강변한다. 이 발언이 ‘진실’인가, ‘화해’에 도움이 되는가.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북한군이란 표현을 쓴 적은 없다.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가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말씀”이라며 ‘북한군 개입설’과는 다른 것인 양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4일 “‘북한군이 개입했다’와 ‘북한이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건 달리 판단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을 옹호했다. 교묘한 말장난이자, 궤변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 명예를 짓밟는 이런 인물이 더 이상 진실과 화해의 숭고한 의미마저 더럽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난 주말에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10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광주에 내려가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월 정신’을 지키려면 김 위원장부터 경질해야 한다. 김 위원장을 지키면서 어떻게 ‘오월 정신’을 지킬 수 있나.